1. 서론
2.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3. 전략적 함의와 추진 방향
4. 인태전략과 대 중국 관계
5. 한국의 지역적 역할 확대를 위한 주요 과제
<요약>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2월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Strategy for a Free, Peaceful and Prosperous Indo-Pacific Region, 이하 인태전략)” 제하 한국의 독자적 지역전략으로서 인태전략의 구체적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동 문건 발표회에서 행한 기조연설에서 인태전략을 “윤석열 정부의 외교독트린 (foreign policy doctrine of Yoon Suk Yeol government)”이라 규정하고, 향후 윤석열 정부가 인태전략을 핵심 외교정책으로 추진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은 지정학적, 지경학적 관점에서 국제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태지역에서 한국의 지역적 역할의 확대 및 관여를 강화하기 위한 대외전략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인태전략은 다음과 같은 주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인태전략은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인태지역 질서 구축”을 가장 중요한 추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유사입장국(like-minded states)들과의 연대와 협력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규칙기반 질서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국의 경제발전과 번영의 기초를 제공했던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최근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인태지역에 대한 전략적, 외교적, 경제적 관여 강화를 통해서 규칙기반 국제질서가 인태지역에서 유지·강화되도록 하는 노력하는 것이 한국의 가장 급선무 대외 전략적 도전과제라는 인식이다.
둘째, 인태지역에 대한 포괄적 지역협력 추진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아세안으로 한정되어 왔던 우리의 대외 지역협력의 지리적 범위를 인태지역 전반으로 대폭 확대하고, 분야별, 기능별 협력분야의 확대도 지향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경제통상 및 기능분야 중심의 지역협력에서 벗어나, 역내 지역질서 재편 등 외교안보 분야로 한국의 관여와 대외적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에서 강조되는 또 다른 중요한 정책기조는 한국의 대외적 기여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점이다. 개도국에 대한 개발협력 및 원조 등 기여외교에 인태전략 차원에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부여함으로써 한국의 국제적 책임과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전임 정부가 추진했던 기존의 아세안 중시기조를 넘어서 향후 포괄적·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아세안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아세안을 단순한 경제적 차원의 파트너가 아니라 정치외교 및 안보국방 분야에서 협력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그동안 한국의 대외정책에서 결여되었던 아세안과의 정치안보 및 전략분야의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인태전략 추진은 전임 정부가 취했던 미중 간 ‘균형외교’ 기조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그동안 균형외교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대해 중국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향후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여하히 관리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 즉 ‘중국 리스크(China risk)’ 관리의 문제는 인태전략 추진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미국 편에 가담하지 말고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관망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이러한 요구와 압력은 앞으로 한층 강화될 것이고, 이로 인해 양국 간 긴장이 조성된다면 한중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향후 한중 관계가 반드시 나빠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태전략의 효과적 추진을 통해 한국이 인태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기여와 지역적 역할을 강화하고, 우방국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한중관계를 위한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이 국제적 위상과 역할에 걸맞은 전략적 존재감과 역량을 갖추게 되면,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건설적이고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인태전략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과제가 제기된다. 첫째, 인태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동맹국 미국과의 정책 조율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한국에 대한 기대를 어떻게 관리하고 한미 양국이 상호 간의 정책 우선순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율하여 협력할 수 있는가는 인태전략 이행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경제안보나 지역안보 분야의 이슈들에서 한국이 더 많은 부담을 나눠 갖기(burden-sharing)를 바라는 미국의 기대를 적절히 관리하고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인태전략의 성공적 이행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인태전략의 안정적 이행을 위한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여하히 구축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인태전략 이행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Chip4(반도체 제조 주요 4개국), 쿼드(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워킹그룹 등 경제, 통상, 공급망, 과학기술 분야에서 주요 우방국들과의 협력 네트워크에 한국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중요하다. 인태전략 차원에서 분야별로 다양한 소다자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촘촘히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셋째, 규칙에 기반한 인태지역 질서 구축에 대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인도와 긴밀한 파트너십 구축은 인태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의 인도를 주로 경제적 관점, 즉 수출 다변화를 위한 시장으로만 보는 인식과 접근법을 과감하게 뛰어넘어야 한다. 거대한 인도 내수 시장에 대한 선점이라는 경제적 논리와 접근법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정학 구도에서 새로운 전략적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를 끌어당기기에는 부족하다. 인태지역에서 한국이 대외 전략적 위상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도는 반드시 필요한 우방국이다. 인도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 전환과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넷째, 인태전략 이행을 위한 범 정부차원의 대통령 직속의 “인태전략 추진위원회”와 같은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관련 부처 간 정책조율과 이행을 실무적으로 담당할 “인태전략 추진기획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인태전략 이행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 사업 등을 선별하는 등 실천가능한 이행 로드맵(implementation roadmap) 마련하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행하기 위한 예산의 배정 및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인태지역에서 지역적 역할을 확대하고 전략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각종 지역안보 및 정치외교적 이슈들에 대해 기존의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보다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대만, 남중국해 문제, 각종 인태지역 해양안보 이슈 등과 같은 역내 안보 현안, 그리고 신장 위구르, 홍콩, 미얀마 문제 등에 대해 과거의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전향적으로 대응하는 과감한 변화가 요구된다. 이는 한국의 기존 외교적 행태와 관행에 비추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이슈에서 얼마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을 할 것인가는 여부는 향후 인태전략의 향배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붙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