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한-중동 협력포럼 기조연설
- 한국-중동의 밀접한 유대와 한국의 對중동 외교정책 -
압둘라 비샤라 전략연구 외교센터 원장님,
문태영 제주평화연구원장님
손세주 한-아랍 소사이어티 사무총장님,
그리고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올해로 13번째를 맞이하는 한-중동 협력포럼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이번 포럼을 공동 주최하는 쿠웨이트 전략연구 외교센터, 한-아랍 소사이어티, 제주평화연구원 관계자 분들의 헌신과 노고를 높이 평가합니다.
오늘날 중동의 정치·경제적 상황은 국제사회에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동 지역이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을 오랫동안 주목해 왔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중동과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맺어오면서, 한국과 중동간의 연관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자 10여년 전 한-중동 협력포럼을 출범시켰습니다. 한-중동 협력포럼이 그간에 한국과 중동의 공동 번영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로 발전해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내외귀빈 여러분,
먼저, 저는 중동과 국제사회와의 깊은 연관성을 잘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 6년째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입니다. 여러분은 구조 의자에 피와 흙 범벅으로 앉아있던 5세 소년의 사진을 기억하십니까? 터키 해변에 엎드려 숨져있던 빨간티 소년의 사진을 기억하십니까? 수많은 시리아판 보트 피플의 사진을 기억하십니까? 시리아 내전은 그 자체로 인도적 재앙이지만 시리아 내부 문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터키, 요르단, 레바논, 이라크 등 인접국은 대량 난민으로 크나큰 경제‧사회적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또한,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쏟아지면서, 유럽 사회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였습니다. 금년 영국의 EU 탈퇴 결정(브렉시트)도 난민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둘째, 다에시(ISIL)과 같은 폭력적 극단주의의 발호입니다. 다에시는 시리아와 이라크에만 사회 불안과 혼란을 야기한 것이 아닙니다. 다에시에 감염된 ‘외로운 늑대(lonely wolves)’, 귀국하는 일부 외국인테러전투원(FTF)은 이제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에도 사회 불안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브뤼셀, 파리, 니스, 이스탄불, 다카 등지에서 발생한 테러들은 극명한 사례들입니다.
셋째, 이란을 둘러싼 갈등입니다. 작년 이란 핵협상 타결은 이란의 핵개발에 관련된 불확실성을 감소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 결과로 이란의 국제적 영향력이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 일부 국가들이 깊은 의구심을 갖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이 사우디, 이란 관계에서 보듯이 역내 갈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넷째, 경제적 상호의존성입니다. 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 경제학자 노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세계 경제를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국제 저유가가 지속되어 중동 산유국만 고통받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 전체적으로도 소비가 감소되어 경기 침체를 심화시켜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내외귀빈 여러분,
중동 문제는 세계 정세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깊이 연계되어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 국민 안전, 경제성장 모두 깊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첫째, 시리아 내전의 여파를 예로 들겠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를 두고 갈등과 대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국가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당사국이며,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입니다. 따라서 두 국가의 반목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둘째, 다에시의 등장은 중동에 있는 한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도 직결됩니다. 일부 한국인이 다에시 가입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다에시 문제가 한국과는 무관한 먼 나라 얘기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셋째, 국제 저유가가 지속되어 한국 경제에도 시름을 안기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은 중동 지역의 산업 역군으로 기여해 왔습니다. 중동 건설 수주로 경제성장을 추동해온 한국으로서는 중동 인프라 수요가 감소되어 어려움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중동의 상황은 국제사회 뿐 아니라 한국과도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어, 한국은 중동 문제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對중동 3축 외교(Peace, Prosperity, People to People Exchange)를 펼쳐 왔습니다. 중동과 한반도의 상호 평화(Peace), 공동 번영(Prosperity), 교류 심화(People to People Exchange), 이 세 가지 3P 정책을 앞으로도 지속 강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우선, 정치안보 영역에서 평화(Peace)를 위한 협력입니다. 한국과 중동은 서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한국은 중동 국가뿐 아니라 걸프협력이사회(GCC), 아랍연맹(Arab League), 이슬람회의기구(OIC)와도 고위급 대화채널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003년부터 개최해 온 한-중동 협력 포럼이나 2014년부터 개최해온 한-EU 중동문제 국제회의는 중동문제를 심도있게 협의하는 중요한 장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중동과의 협력 의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금년 10월 이라크에서 모술 탈환 작전이 개시되었습니다. 한국은 反다에시 국제연대의 일원으로서 이라크 난민의 인도적 지원을 위해 기여해 왔으며, 앞으로도 이라크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2014-15년 간 1,120만불의 인도적 지원을 이라크에 제공하였고 금년에도 700만불을 이라크에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리아 난민을 위하여 양자, 다자 차원에서 시리아와 주변국을 지원해 왔습니다. 2016년에만 한국은 시리아와 그 주변국에 4,500만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노력에 적극 동참해 나가고자 합니다.
한국만이 일방적으로 중동과 협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동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중동 국가들이 북한의 지속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에 대북 규탄성명을 발표하였고, 유엔 차원에서 우리나라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동 국가들과 지속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둘째, 경제 영역에서 번영(Prosperity)을 위한 협력입니다. 한국이 중동에 진출한 계기는 바로 중동의 제1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였습니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당시 에너지 부국인 중동에 진출하여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우리의 중동 진출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한편, 한국 기업들의 중동 진출은 중동 국가들의 인프라 구축을 통한 경제건설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국은 중동과 새로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보건‧의료분야, 정보통신기술(ICT),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하여 상호 윈윈(win-win) 관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의료인력은 제일 먼저 UAE에 진출하였고, 이곳 쿠웨이트에도 진출했습니다. 어제 이곳에서 개최된 보건‧의료 협력 포럼은 쿠웨이트와 활발한 협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중동 국가들의 산업다변화 요구에 부응하여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고부가가치 산업 등에서도 앞장서 협력하고 있습니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쿠웨이트, UAE, 사우디, 카타르) 순방을 통한 ‘라피끄’(동반자) 외교의 추구는 우리 정부의 중동과의 협력 의지를 잘 보여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산업 다변화, 고부가가치화, 기술 선진화의 영역에서 한국은 중동의 신뢰할 만한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셋째, 인적교류(People to People Exchange)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한국 정부는 중동과 문화, 교육, 관광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중동의 많은 젊은이들이 K-drama, K-pop을 즐기고 있으며, 한국을 방문하는 중동 관광객이 2005년에 비해 작년 4배(4만 6713명->16만8384명) 증가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랍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대입수능에서 아랍어 응시자가 급증(2007년 6%→2014.16.6%)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국간의 협력이 우리 미래 세대에 피부로 와 닿는다는 의미이자, 앞으로 협력의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It is better to see once than hear a hundred times)”이라는 한국 속담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민간 교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호 민간교류가 확대되고 상호 방문객이 증가할 수 있도록 한국과 중동 국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 방안을 논의해 나가길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역경에 처해 보아야 친구를 알게 된다(아랍어 발음: 에인닷 샤다이드, 유으라프 알 이크완)’라는 말이 있습니다. 1990년 걸프전 당시, 한국의 기업과 근로자들은 전쟁의 위험 속에서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쿠웨이트 공사 현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앞으로도 쿠웨이트를 포함하여 중동 국가들에게 먼 길을 함께 가는 ‘라피끄’가 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중요한 행사를 공동 주최해주신 제주평화연구원, 한-아랍 소사이어티 그리고 쿠웨이트 전략연구 외교센터(DCSS)측에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또한 쿠웨이트 정부의 따뜻한 환대와, 금번 포럼에 참석해주신 중동 및 한국의 많은 인사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금번 포럼이 내실있고 건설적인 제안을 도출해 냄으로써 한-중동 관계 심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끝.